[앵커]
3년 전 환경부로부터 주거 부적합 판정을 받은 마을이 있습니다.
지금의 모습은 어떨까요.
이솔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마을 곳곳에 검회색 가루가 널려 있습니다.
자석을 대보니 곧바로 달라붙습니다.
쇳가루였던 겁니다.
일명 '쇳가루 마을'로 불리는 사월마을을 다시 찾아가 봤습니다.
마을회관 옆길로 걷기 시작하자 거대한 골재산이 보입니다.
무게만 1천 100만 톤이 넘습니다.
방진망도 제대로 안덮인 골재산에서 뿌연 먼지가 날아오릅니다.
[전모 씨 / 마을 주민]
"여름에는 바람 불고 세니까 많이 쌓이지. 시커매요."
골재산 옆 8천 톤 규모의 쓰레기산도 그대롭니다.
[김문복 / 마을 주민]
"안 겪어 본 사람은 몰라요. 문 꼭 닫고 여름에도 선풍기 틀어놓고 더워죽겠는데 냄새가 어디로 기어 들어오는 건지, 문 틈으로 들어 오는 건지 썩는 냄새가 그냥."
이 마을에서만 2005년부터 주민 122명 중 15명이 암에 걸리고 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제 사월 마을에선 이렇게 빈집을 찾는 게 어렵지 않은 일이 됐습니다.
주거 부적합 판정을 받은 뒤 많은 주민들이 마을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민 대부분이 경제력이 없는 고령이라 이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김문복 / 마을주민]
"여기 살 데 못돼. (아버님 나가고 싶지 않으세요?) 가고는 싶으나 뭐 돈이 있어요?"
환경부는 지난 2019년 11월 폐기물 공장들이 내뿜는 분진과 소음으로 이 마을에 사람이 사는 건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지만 이주를 지원할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인천 서구청 관계자]
"관련 시 조례도 만들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여러 문제 때문에 법적 근거 마련이 안 돼서 현실적으로 이주는 불가한 상황이고요."
담당 지자체가 업체들에게 골재산과 쓰레기산을 치우라고 지시했지만, 진척률은 3년간 20~30%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처리 업체 자금 사정에 따라 공사가 중단됐다 재개되기 일쑤입니다.
[마을 주민]
"(공장을) 내쫓든지, 주민들이 살게 해주든지 둘 중 하나는 선택을 해야 될 거 아니야. 사람들 살 방향을 잡아줘야 될 거 아니냐고. 내버려 두는 거에요 국가에서도."
힘없는 주민들은 오늘도 '쇳가루 마을'에서 하루를 살아갑니다.
[전모 씨 / 마을주민]
"나이 많은 사람들은 그냥 집에 주저앉아 있지 뭐. 이제 한 달 있으면 90이야."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AD : 나난현
작가 : 이태희
이솔 기자 2sol@ichannela.com